음모

테인티드가 된다는 것.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하나, 아니 여러 개의 다른 기억들이 나의 심장으로부터 혈관을 타고 이리저리 내 속을 해 집는 것 같았다.

 

구역질? 고통? 외로움? 공포? 전부 틀렸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나의 신체는 죽음의 단물을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피어난 씨앗은 내 신체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었지만, 그것이 자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 또 기다려 왔다는 듯이 나와 하나가 되었다.

 

나는 그 괴이하고 뜨거운 힘을 나의 혈관 하나하나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허망했다.

 

나는 수많은 책을 읽었고,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무엇도 나에게 답을 주지 못했다.

 

이상이 뭐지?

 

 

 

난 이상을 쫒아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무엇도 심지어 최후의 날 까지도 나에게 이상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멍청한 일이었다.

 

 

 

수천년이 넘는, 고통 속에서 이어진 역사 속에서도,

 

현자도, 대군주도, 그 누구도 답하지 못한 것을 나는 쫒고 있었다.

 

 

 

아, 나는 정말 쓸모없는 놈이구나.

 

 

 

나는 나 자신을 증오했다.

 

 

 

돌아오지 못한 기사에 대한 증오.

 

어린 자식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국가에 대한 증오.

 

이제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역사가들에 대한 증오.

 

 

아티카 대륙에 퍼진 모든 것에 대한 증오.

 

 

 

세상의 모든 것은 살기 위해 증오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 증오가 된 것이다.

 

 

인간은 증오인 것이다.

 

 

 

죽고, 죽인다.

 

단순한 힘의 논리.

 

 

 

이상 따위에 발목 잡히지 않아도 된다.

 

욕망을 펼처라!

 

 

 

증오할 필요도, 고통스러워 할 필요도 없다.

 

생명은 그 자체가 고통이요 증오의 본질.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전혀 의심할 필요 없다.

 

 

 

난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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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는 나의 눈앞에는 검은 손을 가진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손은 너무나도 검었다.

 

 

 

"... 생존자는 하나인가. "

 

 

 

그의 딱딱하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나의 고막을 때리기 전까지 나는 그가 진짜 존재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신의 망상이 만들어낸 허상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 그래서, 뭘 하고 싶지? "

 

 

 

뭘... 하고 싶냐고?

 

 

 

그의 질문에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복수라고 대답했다.

 

 

 

나를 죽게 내버려 둔 제노바.

 

모든 것을 파괴한 바이에른.

 

나의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

 

 

그리고 실패한 이상주의자인 자신.

 

 

 

나는 내 마지막 힘을 모아, 모든 것을 불사르겠다고, 그렇게 대답했다.

 

 

 

본래의 내가 하지 못한다면, 나라는 허물을 벗어버리겠다.

 

 

모두의 이상을 쳐부수는 반역자가 되어서.

 

 

이 모든 증오를 끝내리라.